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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2008)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습니다. 점심을 먹자마자 택시를 타고 티켓팅을 해서 상영 1분전에 자리에 앉았습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영화를 보니 관람 자체가 굉장히 시네마틱해지네요.

스포일링 없습니다. 간단하게 소감이나 쓸거라서요.

역시 김지운 감독답게 영화 때깔이 참 좋습니다. 정우성의 환상적인 기럭지와(하악하악) 이병헌의 눈빛연기(with 스모키)도 좋고 장난과 광기를 넘나드는 송강호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돈 들어간 티가 확실히 나고 여러모로 간지가 나는 영화입니다.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기술이 받쳐주지 않아서 영화를 만들 수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젠 사실상 인간이 어떤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그걸 기술이 구현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근데 그러니 오히려 기술은 강조되지만 스토리를 소홀히 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워가 그랬죠.

더 화려하고 더 스케일이 큰 엑스맨3는 전작인 엑스맨2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평론가들에게는 난도질을 당했고 대중들에게도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질 못했습니다. 본전치기도 했고 돈도 벌었겠지만 그렇다고 좋은 영화로 남지는 못하겠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브랫 래트너의 액션은 화려하지만 감동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액션이 뻥뻥 터지지만 사람들은 하품을 하고 있는거죠.

화려한 액션은 중요하지만 그게 서커스로 남느냐 장면이 되느냐는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서커스는 신기하지만 이런 말초적인 종류의 자극은 금방 익숙해지고 다음번엔 더 큰 자극에만 반응하게 됩니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편에서 아라곤이 끌고 온 망자의 군대를 보면서 느끼는 관객들의 감탄은 기술에 대한 감탄이 아닌 상황의 절묘함이 가져다주는 감탄이죠. 차라리 그래서 전 장총돌리기를 하는 정우성 보다는 고공장총질을 하는 정우성이 더 멋있더군요.

김지운 감독은 ‘감독이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를 보라’고 하며 ‘나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들을 보여줄 뿐이다’라고 인터뷰를 했더군요. 하지만 더이상 관객들의 눈은 그렇게 수준이 낮지 않습니다. 화려한 장면으로 눈을 홀리면 넘어갈 관객들을 상상하셨다면 그건 관객모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