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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2006)

여자는 세 종류가 있어. 예쁜 여자는 진품, 보통 여자는 명품, 못생긴 여자는 반품

미녀는 괴로워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다. 마른자들을 벌하던 다산의 상징 출산드라 김현숙이 이 대사를 한다는 것이 더욱 재미있으면서도 폐부를 찌른다. 나는 저 대사를 듣는데 황산벌에서의 대사가 생각이 났다. “내는 신라 정통 성골! 니는 개빽따구 진골!” 외양은 노력으로 계발될 수 있으나 그 한계가 있다. 넘어설 수 없는 이 벽은 신세기와 함께 본격적으로 드러난 우리시대의 계급이다.

‘얼굴이 착하다’ 라던가 ‘몸매가 착하다’ 라는 표현이 있다. 처음엔 반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다소 있었지만 이제는 쓸만한 사람들은 그냥 다 쓰고 있는 표현이다. 이 말 만큼 외모지상주의를 잘 표현해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얼굴’이나 ‘몸매’라는 외향적인 것들이 내적인 성품을 표현하는 ‘착하다’와 맞물려 있지 않은가. 성격이나 인품이 조금 나빠도 얼굴이나 몸매가 “착하면” 용서할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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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kg의 거구 한나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뻔뻔함과 자신감만으로 세상을 산다. 먹고 살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목소리 뿐이지만, 그것을 무기로 삼아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베일에 감춰야만 한다. 노래도 무대 뒤에서 불러야 하고 폰팅과 폰섹스가 유일한 돈벌이이다. 스스로가 “반품”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반품”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꿈과 소망은 가슴속 깊이에 묻어둔 채로.

그런 아픔을 그렸기에 그녀의 변신은 통쾌하면서 씁쓸하다. 아름다워진 그녀는 세상을 사는것이 너무나 편리해졌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배려해주고 양보를 망설이지 않으니까. 더이상 그녀는 숨어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아버지의 병원비를 위해 폰섹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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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에게 있어 성형은 더이상 허영과 가식의 이미지만이 아니다. 성형을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해주는 세상이 된 것일까.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못 생긴 여자들을 매도하고 예쁜 여자들을 추종하면서 계급 아닌 계급을 만들어 낸 것이 남자들이고 대중 아닌가.

 

이젠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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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김아중의 재발견이다. 2006년엔 참 재발견되는 배우들이 많았다. 한예슬, 김아중. (굳이 하나 더 껴넣자면 구혜선?) 공통점이라면 둘 다 내가 싫어하는 축에 속했다는 것. 하지만 이제는 완소 한예슬이고 김아중도 꽤나 호평으로 돌아섰다. 미소가 예쁘고 연기를 잘하면 다 이렇게 마음이 누그러진다.

모든 여배우가 마다하는 95kg의 분장을 과감하게 도전할 정도의 마음가짐이 제일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각오가 있고 노력이 뒤따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도 이요원이 부각되어서 그렇지 악평할만한 연기는 아니었다.노래도 곧잘 한다. 원래 가수 지망생으로 소속사에 들어갔다는데 그렇다고 가수로 데뷔한다면 칭찬할 실력은 아닌 것 같으니 참 좋은 선택을 했다. 크레딧을 보니 노래도 7곡이나 불렀다.

연출과 편집도 김아중을 빛내줬다. 첫 라이브에서 비록 험한 몰골로 무대에 섰지만 그동안의 설움을 떨쳐내는 열창은 꽤 훌륭한 수준이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곡은 락풍인데 락 좀 들으면서 머리 흔들어본 가닥이 없어 보인다는거. 혹시 락 빠돌이의 딴지같아 보일까 우려스러워 차지해두겠다.

김아중 혼자로 빛나는 영화는 아니다. 주진모도 여전히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애매한 연기도 좋았고 오바하지 않는 점이 특히 좋았다. 특히 후반부에 한번쯤 있을법한 “눈물과 통곡의 대 화합씬”이 예상되었으나 그런 것 없이 부드러운 화해를 연출한 점이 좋았다. 스틸컷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박노식도 큰 몫을 했다. 임현식씨도 역할을 오바하는 듯 아닌 듯 애매한 선을 잘 그어준다.

200_pounds_beauty_3성형이 대수는 아니다. 성형으로 자신의 매력을 오히려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성형을 통해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말릴 필요성도 없지 싶다. 여자친구나 훗날 배우자가 성형을 했다는 사실에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나같이 둔감한 사람이 세상에 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런 사회를 만든데 기여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한번쯤 잘 생각해볼 문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