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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아파요?

짤방이 하나 있어야 되나… 하고 고민이 되었지만, 마땅히 펌질할 곳도 없고 디카도 없어서 그냥 끄적여본다.

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학교 곳곳에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주로 포스터와 표어가 가장 많고, 내용은 흔하게 물 절약, 통일, 환경보호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로 멋을 부리기 시작하고 폼을 잡기 시작하는 고학년보다는 저학년들의 작품이 귀엽다. 가끔 초등학생 수준을 뛰어넘은 작품들이 날 놀라게 하는데 정말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난 아이인지 부모나 선생이 대작한 작품인지 종종 고민하곤 한다.

문득 하나의 포스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크레파스를 꾹꾹 눌러 꼼꼼하고 진하게 색칠한 그 포스터에는 “지구가 아파요”라는 흔한 표어와 병들어 울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지구의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그 연기들이 만들어 낸 두터운 검은 구름들을 보건데 아마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보다.

그 순간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속에서 여러가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뜨거울 대로 뜨거워진 지구. 사막화의 가속. 녹아내리는 빙산. 물에 잠겨버린 도시와 이상기후. 인류의 멸망. 수천만년의 자정활동. 새로운 생명의 태동. 진화. 진화. 진화. 진화…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인류의 멸망이지 지구의 멸망이 아니다. 이미 인류 이전에 공룡이 있었던 것처럼 인류 이후에도 또 다른 생물체들은 나타나 지구를 살아갈 것이다. 지구가 아프다고? 정말인가?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운 시절도 지냈고 인류만 사라진다면 또 다시 천천히 자신을 정화시킬 것이다. 지구온난화 따위는 지구에겐 소화불량만큼이나 사소한 증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자기 몸에 번식하는 인간이라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박멸되기를 소망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태고로부터 인간은 지구에게 이득을 제공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파헤치고 소모했을 뿐이니까.

인간은 참 이기적이다. 지구를 의인화 한다면 정말 지구는 우리편일까?